BBQ천국/ LA 갈비
🔥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그 맛, 남가주 바베큐 문화 이야기
여름이면 어김없이 그리워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바베큐’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최근 캠핑과 함께 바베큐 문화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곳 미국 남가주,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바베큐 문화가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지요.

이곳에 살면서 일상생활 가운데 행복하고 즐거운 일중 하나가 언제,어디서나 바베큐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중 첫째는 고기류 가격이 수입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두번째는 집안밖과 야외 어느 곳이든 바베큐 그릴들이 완비되어 있고, 마지막으론 연중 비가 드물고 여름에도 습도가 거의 없이 청명한 날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고기류와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바베큐로 구운 모든 것들이 너무 좋습니다.. 옥수수,감자,고구마,버섯등 야채류도......
🏖 공원과 해변, 어디서나 가능한 바베큐
28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장 감탄했던 것 중 하나는 집 앞 공원이나 해변, 산, 캠핑장 어디를 가든 바베큐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선 바베큐를 하려면 장소 섭외부터 장비까지 부담이 컸지만, 이곳은 달랐어요.

고기만 준비하면 끝. 숯불로 굽는 바베큐 그릴은 곳곳에 있고, 소고기값도 한국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했기에 친구들이나 교회 사람들, 가족들과 모이면 자연스럽게 바베큐 파티가 열렸습니다.
한국에서 소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중국에도 수출을 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로 가격이 엄청 올랐지만 아직도 한국에 비해선 많이 저렴한 편이라 큰 부담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 LA갈비, 그리운 그 맛
특히 바베큐 하면 **‘LA갈비’**가 빠질 수 없지요. 한국에서 수입 소고기 허용 이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LA갈비는 정말 ‘서민의 별미’였습니다.

당시에 1파운드(약 450g)에 2달러면 살 수 있었던 LA 갈비는,현재는 1 파운드에 15달러 정도 합니다.아주 가끔 할인할땐 10달러정도하구요. 생일파티,야외모임,심지어 교회 소풍의 단골 메뉴였습니다.아이들까지 포함해 1인당 2~3파운드(LB)만 준비하면 모두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고 꽁치나 고등어같은 생선도 알루미늄호일에 싸서 그릴위에 구워 먹으면 별미였습니다.
그런데 LA갈비가 왜 LA갈비일까요?

사실 미국 사람들은 예전에는 갈비처럼 뼈가 붙은 고기 부위를 잘 먹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 이민자들이 뼈 사이에 붙은 고기의 맛을 알고 있었고, 이 부위를 얇게 저며 만든 것이 지금 우리가 아는 슬라이스 갈비, 즉 ‘LA갈비’입니다. ‘LA’는 ‘Los Angeles’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Lateral (횡단)’의 약자로도 해석되곤 하죠. 뼈를 가로로 썰어내는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 미국식 바베큐 vs 한국식 바베큐
미국인들의 바베큐는 의외로 간단하고 심플합니다. 주로 핫도그용 소시지를 구워 빵에 넣어 먹거나, 햄버거 패티를 구워 햄버거를 만들죠. 또는 바베큐 립처럼 양념된 고기를 한두 가지 곁들여 먹는 것이 보통입니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다양하고 정성스러운 바베큐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늘, 양파, 대파, 버섯, 상추, 깻잎은 기본, 다양한 소스와 양념으로 고기를 재워 바베큐를 즐기고, 때로는 김치나 볶음밥까지 바베큐 테이블에 올라오죠. 바베큐가 아니라 작은 한 상 차림이 펼쳐지는 셈입니다.

🔥 그릴의 천국, 남가주 바베큐 장비 이야기
남가주에는 정말 바베큐 그릴의 종류가 실용적 필요에 따라 참 다양합니다.
- 🏠 집안 식탁에서도 쓸 수 있는 미니 전기 그릴

- 🌿 뒷마당(패티오 patio)용의 차콜(석탄) 그릴


🚚바퀴달린 뒷마당 가스 그릴
- 🏗 아예 싱크와 가스라인이 연결된 빌트인 아일랜드식 바베큐 키친
- 바닷가나 인근 공원들의 간이 바베큐 그릴
- (국립)공원 캠프 그라운드의 차콜 그릴

- 바닷가나 공원등의 화이어 플레이스
특히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차콜(Charcoal)은 조개탄처럼 생긴 숯가루 압축탄인데, 진짜 숯보다 저렴해서 널리 사용됩니다. 하지만 고기 맛을 진하게 즐기고 싶은 이들은 **천연 나무 숯(Hardwood Lump Charcoal)**을 일부러 찾기도 하지요.

그리고 어디든 공공장소에는 바베큐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 도시 공원, 피크닉장, 해변, 산, 캠핑장 등 남가주의 날씨 좋은 이점을 활용해서 365일 야외 바베큐가 가능하다는 것은 진정한 미국 생활의 특권입니다.

🛒 고기값의 변화와 바베큐 문화의 변화
안타깝게도, 소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한국에서 미국산 LA갈비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이곳에서도 갈비값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10배 가까이 오른 경우도 많아, 예전처럼 푸짐하게 바베큐를 준비하기가 쉽지만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베큐 문화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고기 대신 다른 메뉴로 구성하거나, 적당한 양을 준비해서 간소하게 즐기기도 하고요.

🌴 남가주에서 살아보니, 바베큐는 문화다
바베큐는 단순히 고기를 굽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웃과 가족, 친구들이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문화’이자 ‘풍경’**입니다. 그리고 남가주에서는 이 바베큐가 정말 자연스럽고 흔한 일상이죠.

여름이 되면 바람이 좋은 해변이나, 나무 그늘 아래서 숯불 피우며 LA갈비 굽던 그 시간이 떠오릅니다. 바베큐는 고기보다 사람의 온기를 굽는 시간이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도 올여름, 고기 몇 점과 차콜 한 봉지로 따뜻한 바베큐의 추억 한 장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