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내가 경험한 미국/미국 사회 이야기

4th of July/미국 독립 기념일

킴차카007 2025. 7. 3. 08:39

 

팟캐스트해설

 

7월 4일, 모두의 축제일인가요? — 독립기념일의 두 얼굴

 

7년 반 전쯤, 20년 넘게 살아온 캘리포니아 얼바인을 잠시 떠나 콜로라도 덴버에서 약 3년 3개월 동안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정리도 있고, 동생의 리커스토어를 도와줄 겸, 또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고 싶어서였죠.

 

그곳 덴버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시선과 만남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한 친구가 있습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일하던 리커스토어에 드나들던 그 친구는 조용하고 진중한 사람이었죠. 그러다 어느 날, 뜻밖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바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 July 4th, 미국의 가장 크고 화려한 축제

 

7월 4일은 말 그대로 온 미국이 들썩이는 명절입니다. 미국의 건국(1776년 7월 4일)을 기념하는 날로, 모든 도시와 마을, 심지어 시골 커뮤니티까지도 축제 분위기로 물듭니다.

 

4th of July 2024 Boat Parade at the City of Newport Beach

 

  • ☀️ 낮에는 바비큐와 가족 파티
    이웃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당에서 바비큐를 굽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며, 페이스 페인팅과 깃발을 휘날리는 행렬도 벌어집니다.
Fri July 4, 2025 IRVINE, CA 92618 US Directions

 

  • 🎇 밤에는 불꽃놀이
    미국 어디에서나,LA 다저스타디움,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 샌디에이고의 미션베이, 덴버의 쿠어스필드 등 각 도시의 스타디움이나 공원, 해변에서는 밤이 되면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4th of July 2024 Fireworks at the City of Newport Beach

 

이날만큼은 모두가 ‘자유의 나라 미국’에 사는 자부심을 느끼며 하나 되는 듯한 시간입니다.

이웃동네 잔치/Newport Dunes 4th of July Celebration 2023

🕯️ 하지만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7월 4일

 

덴버에서 만난 그 친구는 조용히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7월 4일은 축제가 아니라 제삿날이에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습니다.

“조상들이 그날을 기점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고,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우린 그날, 창문을 모두 닫고, 검은 천을 드리우고, 촛불을 켜고 조용히 추모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념일이, 누군가에게는 상실과 슬픔의 상징일 수 있다는 것. 미국 땅에서 가장 먼저 살았던 이들,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들의 시선에서는 이 날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순간이었습니다.

 

📚 독립기념일의 역사 간단 요약

  • 1776년 7월 4일, 미국 13개 식민지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합니다.
  • 그 상징이 된 문서가 바로 토머스 제퍼슨이 주도해 작성한 **독립선언서(Declaration of Independence)**입니다.
  • 이후 매년 이 날을 기념하여 독립기념일로 지정하고, **국경일(National Holiday)**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빠진 역사가 있습니다. 그 독립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가라는 질문입니다.

 

🪶 “자유”의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들

 

미국의 ‘자유’는 동시에 원주민들에게는 강제 이주, 문화 파괴, 학살의 서막이 되기도 했습니다.

  •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Trail of Tears(눈물의 길)**입니다.
  • 1830년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 수많은 체로키족과 다른 부족들이 강제로 서부로 이주당하면서 수천 명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 오늘날 미국 전역에는 약 500여 개의 **인디언 부족 공동체(tribes)**가 살아가고 있으며, 여전히 정체성과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과 회복의 싸움이 진행 중입니다.

 

🌎 그래서 오늘, 나는 두 개의 시선으로 7월 4일을 봅니다

 

이제 7월 4일이 다가오면, 저도 예전처럼 단순히 불꽃놀이만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날은 미국에 살며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감사하게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덴버에서 만난 그 친구와 그의 조상들을 기억하는 묵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립기념일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길 말이죠.

7월 4일, 그저 들뜬 축제의 날로만 지나치지 않기를.
그 날, 같은 나라와 땅에사는 누구는 조국의 탄생을 축하하고, 누구는 사라진 고향을 애도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두 이야기를 함께 기억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국가 - Star-Spangled (성조기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