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of July/미국 독립 기념일

7월 4일, 모두의 축제일인가요? — 독립기념일의 두 얼굴
7년 반 전쯤, 20년 넘게 살아온 캘리포니아 얼바인을 잠시 떠나 콜로라도 덴버에서 약 3년 3개월 동안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정리도 있고, 동생의 리커스토어를 도와줄 겸, 또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고 싶어서였죠.
그곳 덴버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시선과 만남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한 친구가 있습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일하던 리커스토어에 드나들던 그 친구는 조용하고 진중한 사람이었죠. 그러다 어느 날, 뜻밖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바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 July 4th, 미국의 가장 크고 화려한 축제
7월 4일은 말 그대로 온 미국이 들썩이는 명절입니다. 미국의 건국(1776년 7월 4일)을 기념하는 날로, 모든 도시와 마을, 심지어 시골 커뮤니티까지도 축제 분위기로 물듭니다.

- ☀️ 낮에는 바비큐와 가족 파티
이웃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당에서 바비큐를 굽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며, 페이스 페인팅과 깃발을 휘날리는 행렬도 벌어집니다.

- 🎇 밤에는 불꽃놀이
미국 어디에서나,LA 다저스타디움,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 샌디에이고의 미션베이, 덴버의 쿠어스필드 등 각 도시의 스타디움이나 공원, 해변에서는 밤이 되면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자유의 나라 미국’에 사는 자부심을 느끼며 하나 되는 듯한 시간입니다.
🕯️ 하지만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7월 4일
덴버에서 만난 그 친구는 조용히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7월 4일은 축제가 아니라 제삿날이에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습니다.

“조상들이 그날을 기점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고,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우린 그날, 창문을 모두 닫고, 검은 천을 드리우고, 촛불을 켜고 조용히 추모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념일이, 누군가에게는 상실과 슬픔의 상징일 수 있다는 것. 미국 땅에서 가장 먼저 살았던 이들,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들의 시선에서는 이 날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순간이었습니다.
📚 독립기념일의 역사 간단 요약
- 1776년 7월 4일, 미국 13개 식민지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합니다.
- 그 상징이 된 문서가 바로 토머스 제퍼슨이 주도해 작성한 **독립선언서(Declaration of Independence)**입니다.
- 이후 매년 이 날을 기념하여 독립기념일로 지정하고, **국경일(National Holiday)**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빠진 역사가 있습니다. 그 독립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가라는 질문입니다.
🪶 “자유”의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들
미국의 ‘자유’는 동시에 원주민들에게는 강제 이주, 문화 파괴, 학살의 서막이 되기도 했습니다.

-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Trail of Tears(눈물의 길)**입니다.
- 1830년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 수많은 체로키족과 다른 부족들이 강제로 서부로 이주당하면서 수천 명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 오늘날 미국 전역에는 약 500여 개의 **인디언 부족 공동체(tribes)**가 살아가고 있으며, 여전히 정체성과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과 회복의 싸움이 진행 중입니다.

🌎 그래서 오늘, 나는 두 개의 시선으로 7월 4일을 봅니다
이제 7월 4일이 다가오면, 저도 예전처럼 단순히 불꽃놀이만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날은 미국에 살며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감사하게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덴버에서 만난 그 친구와 그의 조상들을 기억하는 묵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립기념일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길 말이죠.
7월 4일, 그저 들뜬 축제의 날로만 지나치지 않기를.
그 날, 같은 나라와 땅에사는 누구는 조국의 탄생을 축하하고, 누구는 사라진 고향을 애도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두 이야기를 함께 기억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